라이프로그


[구] 카시아 1 by 서사

현재 시간이 없어서 카시아를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한 상태인데요,

소설의 토대인 3은하의 역사에 대체적인 이해에 도움이 될까 해서 원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

"후아-."

 

 

시선을 올려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자 눈부신 모래처럼 흩어져 있는 빛의 덩어리들이 한눈에 가득 들어왔다.

 

수없이 펼쳐져 있는 별.

 

인간은 언제부터 별을 바라보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워졌을까?

 

"적어도 내 시대 한참 전의 일이겠지..."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것 같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진다.

 

"흑도님, 준비가.."

 

"곧 가겠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한번 무수한 별빛을 눈에 새겼다.

 

 

 

 

-아브 공화국 안보국 회의장

 

 

"그러니까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곳은  아비에이너(Aviane'r) 공화국, 축약 아브 (avh) 라 불리는 10성계부터 120 성계까지 차지한 제 5은하의 연합 대국.

 

평소에는 조용하기만 한 그 국가의 수뇌부에서 지금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의원, 당신의 의견은 압니다만 지금 이를 묵인한다면 후에.."

 

"후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단 말입니까?! 전쟁보다 더한 게? 이 나라는 인권주의국가입니다! 상층부의 명령만으로 군의 동조가 이뤄지리라고 생각하신단 말입니까? 아니, 설사 일어난다 해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다.

 

갑작스럽게 안보국에서 의회 전체가 모이게 된 이유, 그것은 아브와 어쩌면 은하 전체에 걸친 전쟁의 문제, 생사의 문제였다.

 

모든 것은 약 반개월 정도 전으로 돌아가서 , 유로파(upa) 라고 하는 새로운 대 은하연합이 생긴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약 21 성계정도 떨어져 있는, 4은하계 20 성계에 새로히 위치하기 시작한 인간들이 세운 6개의 신생 동맹,  티 (TEE), 악시스 (Axis), 은하제국 (Galactic Empire) , 우주간연합 (InterSpace Federation) 우주국내 무역국 (National Space Trade orGanization)는  원래 서로와 조밀한 관계만을 유지하는, 독립된 동맹들이었다.

 

이들은 다양한 기술과  20성계 시스템들 안쪽의 자원이 풍부한 행성들을 활용하여 서로간의 분쟁을 최소화하면서 급발전하였고, 눈부신 문명의 기반을 쌓아갔다.

 

그러나 이런 평화로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 자원과 기술력에 탐이 난, 1은하계 7성계에 걸쳐 강력한 군사 제국을 창립한 DC 가 자원을 노리고 침입을 시작한 것이다.

 

중소규모 동맹들은 이런 DC 의 태도에 매우 불만을 느꼈고, 더욱 서로와 강한 관계를 유지하며 DC의 외교적인 해결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규모가 비교적 작았던 이들 동맹들의 내정 문제와 외교적인 미숙함에 더해, DC의 공격적인 부동맹장이자 외교부장관인  이빨독과 갈등이 깊어지며 일곱 동맹은 전면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신생국들은 이를 심각한 안보문제로 받아들이고, 대함대를 양성하는 것과 동시에 유로파로 명명된 6국 전면 연맹관계를 발표함으로 미리 방어선을 짜기로 했다.

 

다만 이것은 분명한 전쟁행위로 DC에게 알려져 버리고 말았고, DC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1개월 후, DC 수뇌부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글 중 일부를 손에 쥐게 된 6개국은 토론문 중 "자라나는 싹은 밟는 것이 미래에 이득이다" 라는 구절을 발견, 전면 도발행위로 받아들이고 DC에 공식으로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각각 4은하계와 1은하계의 인구 대부분을 관장하는 연맹과 동맹간의 전쟁은 결국 은하 전체에 걸쳐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수의 동맹들이 질새라 전쟁에 참여했다. 패자는 완전하게 파괴될 것이지만, 승자는 그들의 행성들을 식민지로 모두 거며쥘 수 있을 것이란 전쟁 홍보문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아브가 있었다.  아브의 입장에서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왔던 유로파는 이제 전혀 변방의 소국가가 아니었다. 기술이 상당히 발달한 편일 뿐만 아니라 단순 가맹국 숫자로 따지자면 제 5은하 내부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초거대 연합이었기 때문이다. 즉, 골칫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길지도 질지도 확실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손을 대는 것은 다른 초대형 연방의 전쟁 참가를 촉구시킬 수 있다라는 것이 아브의 초반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6개 동맹 연합으로 이루어진 유로파의 동맹간 통신 미흡으로 전쟁 선포과정이 잘 처리되지 않아,  정식 선언도 알려지기 전에 몇몇 가맹국들이 DC의 전초기지를 핵폭격한 이유로 근처의 동맹들이 움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DC 는 분명히 5은하 개척 당시부터 총구를 마주한 세력이다. 만에 하나 유로파가 패전할 경우엔 입지를 굳힌 DC 가 아브까지 넘볼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그러면... "

 

힘이 빠진 목소리들. 의원들 모두 한결같이 더이상 회의를 할 생각조차 없다 생각될 정도로 정도로 회의장은 적막했다.

 

"그러면 공식 선언을 하겠습니다."

 

중앙의 아브 총 통령, 아브리얼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아비에이너는, 이번 전쟁에 대한 대응을 유예하겠습니다. 단, 안보국은 전쟁 경계테세를 데프콘 2로 올려 주십시오"

 

"......"

 

아무도 말이 없다. 데프콘 2라면 이미 전쟁 준비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부스럭거림조차 내지 않는 가운데 의장인 주피터의 굳게 닫은 입 위로 식은땀만이 흘렀다. 그는 몇몇 주요 의원들과 눈이 마주쳤고, 그들이 무표정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턱 근육이 보일 정도로 입을 앙다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럼, 해산하겠습니다"

 

아브리얼의 무거운 목소리와 함께, 의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날은 훗날 은하전쟁에서 가장 역사적으로 중요한 날 중 하나가 된다.


푸른 하늘 (3) 예고 by 서사


구름도 흘러가버린 하늘에는-

비가 온다.

비가 오는것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축축하게 젖은 공기가 몸을 찌르르 울린다. 공기에 맛 따위가 있을 리가 없지만, 숨을 들이키자 중후하다고도 할 수 있는 물기를 잔뜩 머금은 산소가 혀와 코 전체에 느낌으로 전해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르렁거리며 하늘을 때리는 천둥소리가 역설적으로 고요하게 울려온다 생각할때 이미 소리는 귀를 떠나버린다. 지붕을 내리치는 장댓비의 리듬이 정겹게 춤추며 집 앞의 불어난 냇가가 연주하는 지속적인 찰랑거림에 자신을 더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보온병 안에서 이미 미적지근하게 식어버린 커피를 한모금 넘기고 축음기에 회색 먼지가 내리쬔, 검은 쟁반같은 레코드 한 장을 끼워 틀었다. 


조용한 피아노의 선율이 젖을 대로 젖어버린 수증기와 안개의 건반을 타고 흐른다.

"좋네..."

눈이 감겨온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 나직하게 속삭여봤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돌아오는 것은 열성적인 찬성도, 조용한 반대도, 묵인도 아니었다. 맞지 않는 초점을 바로잡아본다. 웃음...뒤틀린 웃음이다. 나의 지금 상황을 비추는듯 추적거리고 끈끈한 짙은 웃음이다. 거울- 저것은 거울인가? 저것은 설마 나인가? 내가 웃고 있는 것인가? 지금 내가?

"글쎄?"

별 잡생각이 다 들 것 같은 몇초 후에 나는 땅바닥을 향하고 있던 고개를 되올려 이제 명확하게 보이는 옆의 그- 그 물체를 쳐다보았다.

변색된 뭉크의 절규가 깨진 아크릴 진열관 너머로 나를 향해 숨도 쉬지 않고 웃고 있었다. 

"흐, 으흐."

입에서 기묘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게 아닌데...이게 아닌데.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흐른다. 비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 무너져버린 이 세상에 이제 문명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비스듬히 무너진 집의 틈새를 타고 흐르는 붉은 냄새..아아,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다시 한번 우르릉거리는 낮은 번개의 소리가 일대를 울린다. 비가 거세지면서 토양이 무너져 내리고 건물이 쓸려가는 괴성이 생생하게 들려온다. 

-우릴 버리지 마, 아직 우리의 끝이 아니야. 끄,끄으, 끼이이이이-

비에 묻혀 점점 흐려지던 인조물의 비명이 마지막 발악을 한다. 끝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심저...저주받은 땅의 구멍으로 모든 것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여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얼마나 남았을까? 눈을 감는다. 축축한 공기에 피부가, 아니 대지가 단조로운 음조로 떨려온다. 어둠 속에서 나는 미소지었다. 이제서야 쉴 수 있을까 하고는.




-----------------------------------------------------------------------------

2화는 칼데라(옐로스톤 국립공원)편이고 3화가 서울화가 될 예정입니다. 요것은 맛보기.

2화 예전 2/3 까지 써둔 파일이 날아가서 다시 처음부터 복구중이네요. 

성냥팔이 소녀는 잡다한 오타등의 수정을 제외하고는 완성되었으므로 이후 원 작가분께 허가가 난다면 공개 예정입니다. 



꿈 이야기 (대략 김) by 서사


기차가 멈추고 종착역 방송이 나가 모든 사람들이 내린지 30분, 슬슬 됬다 싶어 시트 아래에서 몸을 내편다. 이미 덩치 3명이 번갈아가면서 차량 하나하나를 뒤지고 갔고 기차는 역 구내 정비소가 아닌 외딴 철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만하면 정보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오겠지.

읏차-

몸을 쭉 펴자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나서 몸을 살짝 움츠렸다. 소리를 크게 내서 좋을 것은 없겠지. 일단 조용히 객차 사이의 연결통로로 이동한후 창문을 열고 열차 지붕으로 올라간다. 에어벤트가 없기 때문에 내부로 잠입할 수는 없다. 몸을 지붕에 밀착시키고 천천히 전선을 돌파하듯 기어서 화물칸으로 향한다. 어디서도 보이지 않던 체격좋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점을 봤을 때, 이 열차에 쓸데없이 3개나 달려있는 화물칸이 가장 의심스럽다.

"빙고.."

화물칸임에도 불구하고 창문이 달려있는데다 안에는 사람의 그림자가 비추고 있다. 돌입-

"뭐야 시발?!"

"뭐긴 뭐야 침입자지."

열차의 소음이 적절하게 대화의 퍼짐을 차단한다. 떡대가 두 명. 첫번째 떡대를 목 정중앙을 주먹으로 쳐 닥치게 한 후 복부중앙의 명치를 가격한다. 꿇어앉으면 다시 한번 목 옆을 무릎으로 신선하게 강타. 이로서 적어도 십분은 조용히 있게 만든다. 다른 녀석들이 반응하기 전에 또다른 한명을 쳐 쓰러트린다. 시간이 없으니 일단 휘휘 주변을 둘러본다. 열차의 양 벽면에 하나같이 복면과 망토로 가려져 있는, 수갑이 채워져 있는 약 20명의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망토로 가려놓았다 해도 호리호리한 인체선을 완전히 가리지는 못한다. 즉, 전부 여자라는 소리다. 인신매매단인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질이 나빠도 많이 나쁘다. 그러니까 정부에 걸린 것이겠지만.

"저기, 말좀 해보죠? 재갈을 물려놨나? 음, 그렇군."

재갈을 푼다. 이거 한명한명 확인을 하려면 좀 힘들겠는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재갈을 푸는 손에 땀이 난다. 묶여있던 여자들은 말할 기운도 없는지 흘깃 쳐다보면서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한 명이 공포와 갑작스런 안도감에 울음을 터트리려고 해서 횡급히 입을 막을수밖에 없었다.

"-쉿, 다들 구해줄테니 조용히 잠깐만 기다려요."

마지막에 가까워지는데도 목표가 보이지 않자 초조해졌다. 마지막 재갈을 벗겼을때 나온 얼굴은 기대를 깨고 브리핑때 본 목표의 그것과 너무 차이가 컸다. 그러면 다른 칸에 있는 건가?


-어라.

정신을 차린 한 여성에게 말을 물어 정황이라도 알아보려는 찰나, 복면을 쓰고 있었을 사람들이 뭐를 알겠냐는 본능적 의문이 머릿속을 스쳐서 그만 둔다. 다음 열차칸 문을 박차고 들어가서 간단히 제압- 할 찰나, 머릿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맨 첫칸이라서 경비가 허술했던 것인지, 예상하긴 했지만 이건 내가 제압하기엔 차이가 나도 너무 나잖아. 대략 화물차의 반칸을 채울 정도로 총을 든 떡대들이 차들어 있었다. 수십개의 총구가 나를 향한다. 그 와중에 내 눈이 떡대들의 중심에 있는, 의자에 칭칭 묶여있는 한 조그만 체구의 여자에게로 향한다. 의자 앞에는 탁자가 하나, 그리고 그 앞에 있는 또다른 의자에 있는 재수없게 생긴 덩치가 하나. 놈이 씨익 웃으며 말을 건낸다.  

"뭐하는 쥐새끼냐."

"뭐, 말씀하다시피 그냥 지나가는 쥐새끼죠. 찍찍?"

-탕!

어깨가 뜨듯해졌다. 

"뭐하는지 불고 싶도록 만들어주지. 훈트, 빅! 저놈 끌고 가!"

"그렇게는 안되지. 이쪽도 나름 필사적이라. 미친 짓을 하기로 감행했다고."

떡대녀석이 돌아가다가 고개가 돌아갈 기세로 나를 쳐다보았다. 귀밑까지 올라간 입이 왠지 짜증스럽다.

"그럼 그렇지, 니새끼들이 할 짓이라고는 이런 찌질스러운 잠입밖에. 근데 벌써 잡혀서 어쩌나?"

"잡는 쥐새끼가 어느 쥐새낀진 몰라도 잘 잡아 보라고, 떡대색캬."

열차의 진짜 종점인 알파보 산맥으로 가는 길에는 큰 강과 이를 통과하는 약 2킬로미터의 큰 다리가 있다. 그리고 바로 지금, 내 귀에 다리의 유격있는 엉성한 철로를 지나가는 기차의 유난히 큰 바큇소리가 명확히 들려오고 있었다. 허를 찔러야-

"크큭, 뭐라고 했는지 잘 안들린다, 독안에 든 쥐새끼야?"

자신의 허황된 승리에 도취될때를 노린다. 녀석은 지금까지 내 귀에 송수신기가 꼽혀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제 남은 것은 운이라고는 개뼉다구도 없는 내가 한판승부에 행운이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만 남았다. 

"화살이 활대에게. 3-4-0, 목표지점. 3발- 작전 개시."

쏜살같이 내뱉은 말에 웃던 떡대들의 표정이 순간 어리둥절해진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무슨 뜻인지 알아챈 놈은 두목으로 보이는 재수없는 떡대밖에 없었다. 순간 표정이 싸늘해졌으니까. 주제에 머리는 돌아가나보네, 하고 피식 웃어준다.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어줬다. 

"내가 그랬잖아. 필사적이라고."

이제는 얼굴이 완전히 붉어진 녀석이 자신의 총을 꺼내들며 고함을 지른다.

"저새끼 죽-"

5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았다. 정확하고 숙련된 포격이 다리를 적중했다. 

"시발, 난 뒈지기 싫어! 아악!"

"으아악!"

"까약!"

떡대들과 여자들의 비명이 하모니를 이룬다. 흔들리는 틈을 이용해 그대로 돌진. 두목 녀석의 총을 뺏는것과 동시에 발포, 의자를 걷어차 목표를 바닥에 눕힌 뒤에 엎드려서 몇번 더 공중에 발포하자, 곧이어 열차가 쪼개질 것 같은 화력지원이 열차 상부에 쏟아졌다. 12.5 밀리 기관포의 무식하지만 또한 정확한 삼점사다. 몇번 더 주먹만한 빛덩이가 지나가고 난 뒤에, 볼품없이 구멍이 뚫리고 찌그러진 지붕이 접어져 날아갔다. 

"여~어" 

지원온 블랙호크들에게 엄지를 흔들어 본다. 아, 이럴때가 아니지. 칼을 빼들고 순식간에 재갈과 밧줄을 풀어 인질을 자유롭게 했다.

"영애님이십니까-?!"

생각보다 어려보이는 여자가 잔뜩 충혈된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 했지만, 입술만 들썩거릴 뿐 어떤 소리도 전달되지 않았다. 예의상 고개를 돌려주기 전 히끗하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것 같다. 

총성소리가 몇번 더 들리나 싶더니, 화물칸에 접합줄을 꼽고 있는 헬기들이 보였다. 수초도 지나지 않아 열차를 분리시키고 열차를 이송한다- 이럴 때의 특수부대의 솜씨만큼은 대단하다. 감탄할 때는 아니지만. 이미 다리가 무너지고 있었다. 팔이 땡겨와 내려다보니 가녀린 두 팔이 소매를 꽉 쥐고 있었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소리 없는 끄덕임. 어자피 바람소리가 너무 심해서 고함이 아니면 들리지도 않았다. 

"뛰어내릴 겁니다-! 제게 꼭 붙어계세요!"

-뭐라구요?

라고 한 것 같았다. 물론 표정은 '뭔 미친 소리에요' 에 더 가까웠다. 정상인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면, 뛰어내려 강에 착지하기엔 삼백미터가 넘는 다리의 높이는 너무 높았고, 설사 물에 착지한다 해도 자살기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짐칸에 있는 검은 가방을 매면서 설명했다.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릴겁니다! 시간이 없으니 이리로!"

일단 낙하산을 등에 메여준다음 미리 묶여있는 줄을 연결쇠로 두개의 낙하산 허리띠에 고정시킨다. 이제 뛰어내리기만 하면 되는데-

"조심해요!"

이번 말은 확실하게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날아오는 주먹이 보였다. 언제 왔는지는 몰라도 아마 앞칸에서 보초를 서던 인원들이겠지. 피할 수 없기에 비스듬히 귀쪽을 맞았다. 이명증을 참고 짐짝을 하나 들어 그대로 팔을 후려준 후 몸에 날려준다. 비틀거리던 덩치가 균형을 잃고 쓰러져 열차 밖으로 튕겨나간다. 뒤에 또 한명이 있어 내지르는 얕은 주먹을 가볍게 피해주고 목을 조를 심산으로- 뒤에서 꺾으려 했지만 줄때문에 할 수 없었다- 앞에서 쳐서 넘어트렸다. 이상하게 넘어지는 무게감이 가벼워서 보통 나근나근하게 생긴 두목녀석이라도 되나 싶었더니 졸린 목에서 이상하게 높은 음성이 들려온다.

"으윽-"

여자였다. 그것도 베일을 쓴 여자다. 조직원이라 볼 수 없는것도 아니지만 몸에 무장도 없고 싸움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외모였다. 두목의 숨겨진 친분있는 요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조직원의 시다바리라도 되겠지. 아무튼-

"내말 잘 들어"

목을 조르던 손을 느슨하게 하고 어깨를 잡아 끌어올렸다. 기울어지는 기차의 떨림이 느껴진다-

"당신이 뭘 하던 간에 여기서 죽을 필요가 있나?!"

상대의 표정이 의야해진다. 망설이는 태도의 말이 간신히 바람을 뚫고 내 귀에 안착했다.

"무슨...당신...그...그래서 어떻하라고요?"

또 빙고. 예상대로 얼빵하고 바보같은 대답이다. 난 거의 미소를 지으면서 혹시나 해 준비해둔 여분의 소형 낙하산 가방을 집어던졌다.

"메쇼! 일단 빠져나가고 보지!"

순간 기차가 쫙 기울어졌다.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을 들으며 난 한손으론 대통령 영애의 팔을, 한 손으로는 알 수 없는 여자의 어깨에 메져있는 낙하산줄을 잡고 열차가 기울어지는 반대쪽으로 뛰었다.

-오늘따라 물이 더 탐스럽게 시원해 보이는군.

우리 셋 다 푸르디 푸른 물에서 실컷 수영을 하고 구조 헬리콥터에 끌려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약 2분짜리 꿈이었습니다. 근데 상황이 너무 꿈스러워서 조금 각색했습니다. 원래는 기차로 들어간다 > 뭐도 없고 사람 몇대 치고 그냥 꼬마애 하나 구조 > 여자 한명 덮쳐서 (....) 잡고 탈출 > 신나게 수영

이었는데요, 뭐 구상으론 괜찮은 것 같아 잠시 쓰던게 이렇게 되버려서 완성이라도 해 보자는 식으로 글을 써 봤습니다.  

카시아도 써야 하는데 이런 잉여스러운 짓을 하는 제가 한심스러워지네요. 에효. 
그래도 꾸준히 쓰고는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ㅋ


카시아 (2) by 서사



"이봐, 그거 들었어?"

"뭐 말야?"

"동맹연합 유로파 있잖아, 유로파! 아니 소식 나온지가 언젠데 아직 그것도 못 들었단 말이야?"

"도대체 '그거'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 유로파는 안다구!"

"나, 참....동맹 5개 연합에 준회원 동맹 2개라지? 장난없는 규모야."

"말 돌리기는. 아무튼, 뭐 사람 좀 있다는 중소동맹은 다 끌어들인 모양인데 말야. 마교동맹하고도 연합을 맺는다는 소리도 있고. 도대체 그러면 참여행성만 해도 몇개나 되는거지? 은하군 정세가 바뀌는 거 아냐?"

"지금 도시행성만 100개 가량 된다는 것 같은데. 아브 다음으로 4번째 초 거대 세력이 되겠군. 근데 영농주의에다가 무려 '거대 동맹 견제' 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영농주의? 그것보단 사략권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구. 연맹의 각각의 도시행성을 불가침 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사략권" 이라는 특권을 가진 사람만 약탈을 하거나 당할 수 있고, 타 동맹원이 이를 어기면 연맹급 보복을 하겠다고. 게다가 이걸 매달 개정해서 사략권을 가진 사람들을 바꾼다는데 도대체 매달 일정 주기마다 도시행성 지주들에게 공동구역 회의소로 와서 가진 사람 안 가진 사람 목록을 받으라는 것도 아니고 나 원 참." 

"흠, 내 생각은 말이지...."




".....그러므로 사략권의 연맹 내 통과를 확정함으로서 이만 유로파 연맹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노시스는 말을 마치자마자 재빨리 석상에서 내려왔다. 표정으로 보컨대, 자리에 있는 연맹 가입 동맹장들의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회의장에서는 전뇌송수신이 되지 않으므로 그들은 더러 상대방에게로 몸을 굽혀 속삭임을 주고받았고, 그 모습을 본 그노시스로서는 뭐가 문제인지 궁금하기만 할 나름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와 주신 모든 연맹국, 그리고 준연맹국 동맹장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가 다가오자 동맹장들이 일제히 서로 거리를 벌렸다. 먼저 나선 것은 악시스의 동맹장 쿠디아였다.

"연맹장님, 저희는 이번 사략권에 대한 투표를 하지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략권에 대한 통보도 받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노시스는 자신의 마음 속에서 뭔가 날아가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모든게 생각 한번이면 전송되는 이 시대에 그런 중요한 정보를 받지 못하다니! 그것보다도 일개 소행성 지주도 이미 알고 있을만 한 사실을 무려 동맹장이라는 인물이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그에게 충격이었다.

"..먼저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저는 분명히 알고 계셨으리라 믿고..."

"연맹장님, '그랬을 것이다' 와 '그렇다' 는 매우 다릅니다."

그노시스는 살짝 얼굴이 찌푸려지려는 것을 모면하며 속으로 연맹 외교부 대표를 씹으리라 생각하다가 문뜩 공석에서는 자신이 연맹장이자 외교부 대표로 통용된다라는 점을 되새기고는 쓰게 웃었다. 외교부서를 씹어봤자 공식적으로 칼날이 되돌아오는 것은 이쪽으로겠지. 아무리 동맹이 여러 개 있다 해도 연맹 초기부터 이렇게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그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지만 그의 힘으로는 개선할 수 없는 점이기도 했다."

"네, 다 저의 불찰입니다. 다음부터는 악시스의 의견을 묵살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죠. 원하신다면 이번 투표도 악시스의 투표권을 고려하여 재계시 하는 것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쿠디아 동맹장의 얼굴이 꽤 밝아지자, 그노시스는 옮거니 하고 쾌재를 불렀다. 동맹장들이라지만 모두 한낱 행성 한개 또는 두개의 지주에서 운명의 장난으로 그 위치까지 올라온 것 뿐이었다. 그만큼 달래기도 쉬웠고, 다루기도 쉬웠다.

"연맹장님의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략권은...."

악시스의 동맹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말을 멈추고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사략권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동맹장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기 때문이다.

"연맹장님, 사실 베타겜 동맹장님이 불참하셨습니다. 조금 전에 연맹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메세지를 전해왔고요."

사실상 연맹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G.E. 동맹의 동맹장 노익의 말이었다.

"디시와 문피아에서의 압력도 어느 정도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하지만 자신은 '사략권에 대한 정보를 일체 통보받지 못했다' 며 연맹에 공식적인 불만을 표하고 연맹에서 떠나셨습니다. 이건 사실인 것 같네요. "

이것은 해우소 동맹의 동맹장 제로아워. 

 "아직 떠나진 않은 모양이지만 PxP 동맹에서도 통보를 못 받았던 모양이더군요. 아무래도 항성간 통신의 특성상 외교부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자리에 있다가 통보를 전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회의 시작 조금 후에 저희에게 일제히 통보가 오더군요 'PxP 동맹장, 연합의 처사에 아쉬움 표언' 이라고요."

그노시스는 머리를 싸매쥐는것은 가까스로 참았지만 한숨이 나오는 것 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서로간의 소통이 어려운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낙후된 수준이었다니.

"일단 이 건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두 동맹장분들께 따로 말씀을 드릴 사안인 것 같습니다. 제 처사가 미흡해서 심려를 끼쳐드린 바, 모든 동맹장 분들께 죄송스럽군요. 제가 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현재 회의소로의 소집이 아닌 통신을 통한 전달에 많은 문제가 있음은 모두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따라서 하루 빨리 연맹의 주요 회원국들간만의 공동역 회의소를 설립하려고 애쓰는 중이며 설립때까지의 기간에도 최선을 다해 원활한 소통을 대비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

격렬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수긍의 끄덕임을 모든 동맹장에게서 끌어내기에는 충분한 웅변이었다. 그노시스는 일단 한 시름 놓았다 생각하며 더 이상의 이이 제기는 없는지 질문하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에 만족하며 조그만 그들만의 회의의 공식적인 해산을 알렸다. 

"휴우..."

뿔뿔히 흩어지고 있는 동맹장들을 보고 그노시스는 오랫만에 안도라 할 만한 감정을 느꼈다.

"힙드시죠, 연맹이란게."

배치되어 있던 자신의 함대로 향하던 도중 그노시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노익 동맹장님?"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저는 소규모 중소동맹까지 끼워넣으시는 연맹장님의 의중을 알 수 없습니다."

그노시스는 솔직하게 놀랐다. 그래고 놀랐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다른 동맹장들이 모두 떠났는지 둘러본 그는 아무도 없음에 안도하며 노익에게 굳은 얼굴을 보였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하지만 저는 그 의중을 떠볼 생각은 없습니다. 제 사안도 아니고 그럴 권리도 없기 때문이죠."

노익은 그노시스가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재빨리 말을 이었다.

"적대동맹에 귀를 심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전쟁 준비중이지요. 적기는 곧 옵니다."

"무슨...!!"

"그 전에 저희 연맹의 신규 반대세력이 들고 일어날 가능성은 없애야 합니다. 끌어오지 않으면 쳐야지요."

"노익 동맹장님, 말도 안되는 말씀을 하고 계십..."

"연맹은 이해관계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연맹장님. 하루 전, 아브 총 동맹장 아브리얼이 저희 세력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더 이상 눌리는 것을 보고 있을 순 없습니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노익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역죄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그노시스는 얼굴의 핏기가 가신다는 말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연맹장으로서 이런 때, 뭘 하셔야 할지는 자명하시리라 봅니다. "

그노시스는 참지 못하고 노성을 질렀다.

 "당신은 지금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어! 아무리 본 연맹 모토가 거대 동맹을 억제하는 것이라 해도 기능을 약화시키는 것과 전면전으로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소리라고! 연맹을 말아먹고 싶나?!"

"일어날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연맹장님. 차이가 좀 있지요. 게다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어자피 늑대들에 의해 유로파는 와해될지도 모릅니다. 아까 말씀하셨지만 연맹에 속한 동맹들의 결속력 문제도 있죠. 빠른 시간 내에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는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

"연맹이 아브와 자멸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으시리라 봅니다만."

"포커페이스."

"예?"

"포커페이스와 타임즈, 바위 동맹까진 끌어들일 수 있을꺼요. 그 이상은 나도 책임지지 못해!"

노익은 잠시 그대로 무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흡족한 미소를 지어냈다.

"사려깊은 통찰력에 감사드립니다, 연맹장님. 그럼 다음 회의 때 뵙지요."

그노시스는 노익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노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서 그는 손으로 얼굴을 싸쥐었다. 분명히 제복은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게 되 있을 터인데, 그 짧은 새에 손이 땀에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100개의 행성연합, 5개의 동맹연합을 거느린 거대한 연맹장. 하지만 그는 지금 여기 작고 차가운 회의실 바닥 위에서 아무 힘도 없는 사람처럼 나즈막하게 의미없는 혼잣말을 읆조리기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움직임이 없자, 모션센서가 사람이 없는것으로 감지하고 회의장의 불빛을 껐다.

 고뇌하는 하나의 인형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겨우 2화입니다. 원래 있었던 일을 반쪽이라도 재구성하는 것은 참으로 힘들 일이로군요. 바쁜 스케줄에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이 좀 뻘쭘하네요... orz 앞으로는 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3화까지 대략적인 이해관계 이야기가 끝나고, 본격적인 전쟁으로입하게 됩니다. 지루하셔도 조금 봐주신다면 이해가 쉬울 듯 하네요.

*동맹장분들 성함은 노익과 그노시스를 빼고 임의적입니다. 기억이 안나서....헤일로는 악시스 동맹이 원래 엔젤헤일로 사이트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헤일로로 지었고, Tee 동맹쪽은 제가 아는 바가 전혀 없어서 그냥 임의로 지었네요...참고로 저는 이 전쟁에서 G.E. 측에 있었습니다.  

*주피터님 말씀에 따라 수정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악시스 채널 길드에서 비롯되었다는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장 이름은 여전히 알 수 없으므로 (.....) 일단 어떤 분께서 제보해주시기 전에는 악시스 동맹장님 성함을 그냥 헤일로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추가로 검색을 통하여 적어도 연맹군측 동맹장분들 닉네임은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

-NL 동맹장 CarrotEz-Abh 동맹장 아브리얼-PARKOZ 동맹장 putt12-Bawi 동맹장 dlee228-Times 동맹장 나노하라
아래는 유로파 (upa) 소속
-[UPA]Axis 동맹장 kudia-[UPA]G.E. 동맹장 noik-[UPA]TEE 동맹장 gnosis-[UPA]SBFA 동맹장 ZeroHour-[UPA]HaiWooso 동맹장 Tracy2-[UPA]Maguo 동맹장 lazadoom




오게임 소설화 "카시아 "(가제) - 01 by 서사


3 우주역 1은하의 1 에서 100시스템을 차지하고 있는 약 600개의 행성들. 
3우주역에선 가장 큰 세력들 중 하나인 DC 동맹의 본거지.


그 광대한 영역을 다스리는 디시동맹의 총사령관 기사장은 지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흐음."

그의 시선이 홀로그램 문자판에 떠올라 있는 큼직한 문자들에 날카롭게 고정되어 있다.

"은하 최초 동맹간 연합 '유로파' 출범"

"흠...."

아무리 응시해도 글자는 바뀌지 않는다. 이런 사실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인지 그렇게 한동안 무심하게 화면을 노려보고 있던 그는 고개를 휙 돌려 갑작스럽게 말했다.

"외교부의 반응은?"

한밤중의 긴급회의로 피곤한채로 잔뜩 긴장이 되어 회의장에 왔건만 소극적인 회의 분위기로 한시간이 넘게 대기에 가까운 침묵만 지키고 있던 디시의 외교부장관 로로코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원래대로의 장관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일단 외교부의 전반적인 의견은 공식채널을 통한 의견표명은 삼가자는 것입니다. 대표라는 작자가...아 실례, 연합의 수장이라 불리는 그노시스가 공식적으로 '거대 동맹들의 횡포에 대항한 행성연맹' 이라는 발언을 직접 올린 것을 생각하자면 유감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론을 수렴하여 긴급히 소집한 이번 국방성 모임에는...."

로로코는 말꼬리를 흐렸다. 국방성을 거론한 그의 말끝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고, 동맹장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뒤로는 잡초를 치라, 이건가?"

회의장에 모인 모두들 공공연히 생각하고 있는 방안이었지만 동맹장의 입이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자 대부분은 놀란 기색을 했다. 그 중에서 혼자서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부동맹장 이빨독이었다.

'원하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는군.'

"놔두면 우리가 치인다. 아브의 급성장을 벌써 잊진 않았겠지? 문피아 외교채널이 살짝 귀띔해놔. 지금 유로파가 만만한 동맹은 제 2 세력인 우리밖에 없고, 결국 디시 다음은 문피아라고 말야."

"알겠습니다."

기사장은 침묵하다가,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한번 퉁겼다.
'
"아, 그리고 외교부에 언론대응팀 있지? 걔들 공식 외교관에 몇명 내보내봐. 말빨 좋은 놈들로 말야. 유로파가 '사략권' 이라는 부분공격권에 대한 재미있는 카드를 집어들었다지? 이거 한번 잡으면 여론 이쪽으로 몰 수 있을테니까."

로로코는 예. 라고 살짝 대답하고 머릿속으로 살짝 연락을 걸 장소들을 생각했다. 옷에 무선 모션탐지 연락기가 있었지만 회의장은 모든 전파가 차단되는 장소이기에 지금 당장 걸 수는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모두에게 긴 하루가 될 것 같기에.



-프레이 함사관님!

아브동맹 제 601 지구 함대사령관이자 아브동맹 주요 합대 지휘관인 프레이는 머릿속으로 전해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뒤로 하여 누가 다가오는지를 확인했다.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저 사람은 아브 778 지구 함대 사령관이자 외교부장관인 주피터. 

-안녕하세요, 주피터님. 오랫만에 전뇌대화를 쓰시는군요.

-하핫. 이것도 안쓰면 머리가 늙는다잖습니까. 하긴 너무 많이 쓰면 되려 혀가 안 굴러가게 되니 문제겠군요. 아무튼, 여긴 어찐 일로 오셨습니까?

일정 계급의 장교들에게만 주어지는 전뇌는 이름에서 상상되는 것과 달리 전자두뇌가 아니라 최근에 공급되기 시작한 신경에 링크된 일종의 군사연락 모듈이다.실제 음성에 비해 전달의 효율성이 빠르고 군내의 고유코드를 사용하는 터라 감청이 어려운 이점이 있다. 

-음.... 

프레이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턱에 대고 살짝 문질렀다. 오랜 버릇이었다. 잠깐 망설이던 그가 전뇌통신을 끊고 입을 열었다.

"유로파 출범해 대해서 아시죠."

전뇌대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주피터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비비며 웃음을 지었다.

"예. 약 6개의 동맹이 뭉쳐져서 지금 행성수로는 이미 저희 아브 다음으로 올라왔다고 하는데요, 현재 지배세력이나 다름없는 문피아와 디시에 도전장을 던진 듯 하더군요. 연맹의 수장 연설부터 "거대 동맹들의 횡포를 물리치기 위한 연합" 이라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목표를 지목하는 적대세력도 없을겁니다. 이쪽으로서야 좋기는 하지만요. 원래 악시스, 마교, 티 동맹들 모두 친 아브측이었으니까요."

프레이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조만간 피바람이 불겠네요."

"네?"

"사략권이라고 유로파가 내놓은 부분공격안 말이죠."

"아, 네. 그게 조금 터무니없긴 했죠. 1달마다 함대를 운영하는 행성들의 목록을 갱신할 것이며, 이 행성들 외의 영농행성들을 약탈한다면 연맹의 이름으로 보복하겠다고. 마치 먼 옛날의 코란이라는 경전을 읽는 느낌이랄까요, 하핫."

"뭐 그 계획에 문제가 있긴 해도 아예 못 쓸건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벌써부터 유로파라는 곳에서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미 연맹소속 동맹군 중 하나인 악시스에서 사략권은 일방적인 발표라며 공식적으로 불평을 하기도 했구요, 동맹들이 합쳐진 만큼 타 동맹들간의 상호방위체제 갱신에도 문제가 좀 있는 모양입니다."

주피터가 혀를 찼다.

"흠, 그럼 거대해도 아직은 주종관계가 미미한 연합의 상태에서 문피아나 디시가 사략권을 말미로 공략을 시도한다면..."

"연맹은 와해되겠죠. 문피아와 디시 두 동맹이 서로 불가침조약을 맺은 상태에서 유로파가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져버리고 만다면 그 두 동맹은 앞으로 은하 전체가 나서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세력이 될 겁니다."


"이거 아브리얼 각하께 건의해볼 만한 사항인것 같은데요?"

잔뜩 얼굴을 긴장시키던 프레이가 주피터의 이 말에 살짝 미소를 띄었다. 

"총사령관 각하께서 이미 긴급회의를 소집하셨답니다. 오늘 1300 시부터 모든 주요 인사들을 소집하실 꺼에요."

주피터는 살짝 당황했다. 모르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듯한 태도에 빈정이 살짝 상했을지도 모르지만 주피터는 그렇게 속이 좁은 지도자는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재빨리 프레이를 추궁했다. 

"엥? 저는 왜 못 들었을까요?"

"왜냐면 저도 지금 아브 고위인사라인을 통해 받은 소식이니까요. 아브군 핫라인을 통해 소식이 가려면 조금 더 걸릴겁니다. 이런, 지금 도착했군요." 

잠시 후 주피터의 눈가에 만족스러운 빛이 떠올랐고, 여유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저도 확인했습니다."

"그럼 그때 뵙지요, 주피터님."

"예, 프레이 함사관님." 

주피터가 살짝 목례를 하자 프레이가 지구 전통식으로 왼팔을 허리에 붙여 올린 뒤 오른팔을 앞으로 들고 살며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았다. 먼저 뒤돌아선 것은 고위 관리인 프레이가 아닌 주피터였다. 

"그럼 이만."

들렸는지 확실치도 않은 속삭임을 마지막으로 둘의 모습은 방에서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을 지금까지 비추고 있던 홀로그램 영상기들은 제 일을 마치자 이내 벽면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1 2 3 4